나태주 시인의 《오직 너는》을 읽고 ㅡ청람 김왕식
나태주 시인의 《오직 너는》을 읽고 2026.06.02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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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서로의 밤을 침범하지 않는다 ― 나태주 시인의 《오직 너는》을 읽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세상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자[尺]를 하나씩 쥐여준다.
이름은 저마다 다르다. 성공이라 부르는 이도 있고, 출세라 부르는 이도 있으며, 행복이라 적는 이도 있다.
사람들은 그 자[尺]를 들고 평생 자신을 잰다. 키를 재듯 삶을 재고, 무게를 재듯 가치를 잰다. 옆 사람의 숫자가 더 커 보이는 날이면 마음 한구석이 스르르 작아진다.
요즘은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 세상이 들어앉아 있다. 아침 햇살보다 먼저 켜지는 창. 그 안에서는 누군가 승진하고, 누군가 집을 사고, 누군가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환한 미소를 올린다.
화면 속 사람들은 늘 꽃이 피어 있는 계절에 머문다. 그 꽃밭을 오래 바라보는 동안 정작 자신의 화분에는 물 주는 일을 잊는다. 마음은 자꾸 남의 뜰로 건너가고, 자신의 뜰은 점점 황량해진다.
그날 나태주 시인의 《오직 너는》을 만났다.
“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너는 한 사람.
ㅡ
ㅡ
”
짧은 시였다. 한 알의 씨앗 같았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땅속에 묻히면 숲 하나를 품고 있는 씨앗.
그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사람은 태어나는 날부터 비교의 저울 위에 놓인다.
누구는 말을 먼저 배우고, 누구는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돈을 빨리 벌고, 누구는 높은 자리에 오른다.
저울은 늘 숫자를 말한다. 숫자는 사람의 체온을 모른다. 눈물의 무게도 모르고, 밤새 뒤척인 시간도 모른다.
숫자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삶은 자란다. 산속의 소나무를 떠올린다. 소나무는 참나무를 닮으려 하지 않는다. 억새는 대나무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봄은 봄의 빛깔로 오고, 가을은 가을의 빛깔로 익는다. 민들레는 민들레로 피어야 아름답다. 장미를 흉내 내는 민들레는 들판의 바람을 잃는다.
강물도 마찬가지다. 계곡의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서두르지 않는다.
돌부리에 부딪히고, 모래톱에 머물고, 굽이굽이 돌아간다. 직선보다 곡선이 많은 길. 물은 그 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휘어지는 만큼 풍경을 품는다.
사람의 삶도 닮아 있다. 곧게만 뻗은 길에서는 만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상처가 가르쳐준 다정함, 실패가 남겨준 겸손, 눈물이 씻어낸 욕심. 그런 것들은 늘 돌아가는 길목에서 자란다.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들은 참 조용하다. 누가 더 밝은지 따지지 않는다.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있는지 묻지 않는다.
북극성은 북극성의 자리에 머물고, 직녀성은 직녀성의 자리에 머문다. 별빛은 경쟁하지 않는다. 각자 맡은 어둠을 밝힌다. 밤하늘이 아름다운 까닭도 그 때문이다. 수많은 별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빛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또한 하나의 별이다. 세상은 자꾸 가장 밝은 별이 되라고 재촉한다. 삶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자리에서 오래 빛나는 별 하나가 밤 전체를 따뜻하게 만든다고.
누군가는 등불이 된다. 누군가는 벤치가 된다. 누군가는 창문이 된다. 등불은 길을 비추고, 벤치는 쉼을 내어주고, 창문은 바람을 들인다.
모두 다른 역할이다. 우열은 없다. 존재의 모양만 다를 뿐이다.
《오직 너는》은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시다. 세상은 사람을 무리로 기억한다. 하늘은 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한 번뿐인 얼굴. 한 번뿐인 목소리. 한 번뿐인 숨결. 한 번뿐인 생애.
우주 어디에도 같은 별이 없듯, 세상 어디에도 같은 사람은 없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앞질러 가는 듯 보일 것이다. 그들의 길은 그들의 길이다. 당신의 길은 당신의 길이다. 숲에는 숲의 시간표가 있고, 강에는 강의 시간표가 있다.
사람에게도 사람의 시간표가 있다. 꽃은 피는 날짜가 달라도 꽃이다. 열매는 익는 계절이 달라도 열매다.
가슴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오래전부터 작은 별 하나가 살고 있다. 칭찬이 없어도 빛나고, 박수가 없어도 살아 있는 별. 그 별이 끝내 자기 빛을 잃지 않는다면,
한 사람의 생애는 이미 하늘이 정성껏 완성한 한 편의 별자리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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