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ㅡ청람 김왕식
산 2026.06.02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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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산은 땅이 하늘에게 보낸 가장 오래된 편지다
강물은 흘러가며 자신의 이름을 잊어도
산은 수천 번 비를 맞으며 침묵의 주소를 바꾸지 않는다
바람이 와서 나뭇잎의 문장을 읽고 가고
구름이 와서 하얀 지우개로 상처 난 능선을 문질러도
산은 한 번도 자신을 높다 말한 적 없다
깊은 계곡 하나 품기 위해 제 몸에 오래도록 그늘을 길렀고
작은 풀씨 하나 눕힐 자리를 만들기 위해 돌멩이의 무릎까지 내어주었다
저녁이면 노을이 산의 어깨에 기대어 울고 별들은 어둠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은못처럼 봉우리마다 하나씩 박힌다
사람들은 산을 오른다고 말하지만 실은 제 안에 너무 오래 갇혀 있던 욕심의 신발을 벗으러 간다
하여 산은 정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서
가장 늦게 녹는 눈 한 덩이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더 푸르게 침묵하는 지구의 늙은 스승이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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