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소라 껍데기 ㅡ청람 김왕식

소라 껍데기 2026.06.02
소라 껍데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소라 껍데기

속초 앞바다에서 소라껍데기 하나를 주웠다

파도는 이미 떠나고 없는데 그 작은 집 안에는 아직도 바다가 살고 있었다

귀를 대자 먼 수평선 하나가 천천히 밀려왔다

몇 해 전 떠난 장 화백의 목소리도 그 안에 있다

한때는 누군가의 몸이었을 것이다

파도와 바람을 견디며 짠물의 시간을 껴안고 살았던 작은 생의 방 하나

주인은 떠나고 빈집만 남았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깊은 것들은 떠난 뒤에 더 오래 머문다

모래밭에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사람도 그렇겠구나

몸은 언젠가 세상에 반납하고 가지만 사랑한 마음 하나는 소라껍데기 속 바다처럼 오래도록 울리겠구나

저녁 무렵 붉은 노을이 동해의 물결 위에 천천히 스러질 때

그 소라껍데기를 다시 바다에 돌려주지 못했다

가끔 그리움이 너무 깊어지면 귀에 대어 보려고

속초 앞바다 어디쯤에서 돌아오지 않는 이름 하나가 파도처럼 그렇게 밀려올 것 같아서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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