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 잊고 사는 사람ㆍ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가장 오래 잊고 사는 사람ㆍ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2026.06.07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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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잊고 사는 사람 ―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사람은 하루에도 수없이 거울을 본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머리를 정돈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하는 일상이다. 겉으로는 자신을 위한 행동처럼 보인다.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오늘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내 표정은 괜찮을까. 내 옷차림은 단정할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루의 시작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남을 향해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있다. 얼굴은 매일 들여다보면서도 정작 마음은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진 것은 금세 알아차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는 듣지 못한다. 눈가의 주름은 걱정하면서도 영혼의 주름은 외면한다.
우리는 너무 자주 바깥의 나를 가꾸며 살아간다. 그러는 사이 안쪽의 나는 홀로 남겨진다.
사람 안에는 늘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또 하나의 나. 남들이 아는 이름의 나와, 홀로 있을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나.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전자를 위해 애쓴다.
후자를 돌보는 일에는 서툴다. 마음속 또 다른 나는 생각보다 여리고 섬세하다. 한마디 말에도 상처를 입고, 작은 실패에도 깊이 흔들린다. 누군가의 냉담한 시선 하나에 하루 종일 아파하기도 한다. 가장 큰 상처는 의외로 타인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서 온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나는 늘 부족하다.” “나는 실패한 사람이다.”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이런 말들은 사실 자기 자신을 향한 비난이 아니다. 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존재를 향한 돌멩이와 같다. 말은 씨앗이다. 좋은 말은 꽃이 되고, 나쁜 말은 가시가 된다.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은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내려 점점 더 큰 그림자가 된다.
자신을 향한 부정은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키우는 일이 된다. 하여, 사람은 자신과 대화해야 한다.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사람은 사실 자기 자신이다. 가장 먼저 위로해야 할 사람도 자기 자신이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말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차가운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가 힘들어하면 위로해 주면서도, 자신이 힘들 때는 더욱 엄격하게 몰아세운다.
그럴 필요는 없다. 마음속 또 다른 나에게도 다정해야 한다.
“오늘도 수고했구나.” “괜찮다.” “천천히 가도 된다.” “잘하고 있다.”
이런 말은 남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도 필요하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이기심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사랑의 시작이다.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은 세상을 온전히 사랑하기 어렵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을 용서하기 어렵다. 자신을 품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품기도 어렵다. 사랑은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그 시작점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쯤은 마음속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내 안의 나는 오늘 잘 지내고 있는지. 지친 채 울고 있지는 않은지. 외로운 구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가끔은 모든 일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괜찮니?” “힘들지 않니?” “무엇이 가장 아프니?”
그 질문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세상은 우리에게 늘 앞을 보라고 말한다. 더 높이 가라고 말한다. 더 많이 이루라고 말한다. 그러나 삶은 높이 오르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잃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하다.
내 안의 내가 무너지면 아무리 높은 곳에 올라가도 행복할 수 없다. 반대로 내 안의 내가 평안하면 세상은 훨씬 따뜻해진다.
인생은 거창한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얼마나 오래 손을 잡고 걸어왔는가의 이야기다. 오늘 아침 거울 앞에 섰다면, 얼굴만 바라보지 말자.
잠시 눈을 감고 마음속을 들여다보자. 그곳에 아직도 묵묵히 살아가는 또 다른 내가 있다. 그를 사랑하자. 그를 보듬자. 그와 대화하자. 그가 웃어야 비로소 내가 웃고, 그가 바로 서야 비로소 삶도 바로 선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람은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마침내 다른 사람까지 사랑할 수 있게 된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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