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서로의 입을 막는 순간부터 흔들린다
민주주의는 서로의 입을 막는 순간부터 흔들린다 2026.06.08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민주주의는 서로의 입을 막는 순간부터 흔들린다
민주주의는 승리한 사람만의 제도가 아니다. 선거에서 이긴 사람의 것도 아니고, 패배한 사람의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기 위해 만든 가장 지혜로운 약속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어느 시대든 권력은 자신에게 유리한 목소리를 좋아했고, 불편한 목소리를 경계했다. 반대로 권력 밖에 있는 사람들은 권력을 의심하고 감시하며 견제하려 했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바로 이 긴장 관계 속에서 유지된다.
문제는 상대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침묵시키려 할 때 시작된다. 비판을 적으로 여기고, 반대를 제거의 대상으로 여기며,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국민이 아닌 진영의 구성원으로만 바라보는 순간 민주주의의 토양은 메마르기 시작한다.
자유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듣기 싫은 말조차 존재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용기이다. 민주주의는 박수 소리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때로는 불편한 질문과 날카로운 비판, 소수의 목소리까지도 품을 수 있을 때 더욱 단단해진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든 선거 결과에 대한 의문이나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의혹은 철저하게 검증하고, 결과는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하며, 모든 과정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의혹을 무조건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태도도 경계해야 하고, 충분한 근거 없이 불신을 확대하는 태도 역시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상대 진영이 아니다. 불신이 불신을 낳고, 증오가 증오를 키우며, 국민이 서로를 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기를 이겨낸 나라다. 식민지의 상처를 견뎌냈고,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섰으며, 독재와 민주화의 격동기를 지나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국가로 성장했다. 그 힘은 어느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들이 끝내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늘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특정 정권도 아니고 특정 인물도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의 집이다.
정권은 바뀔 수 있다. 정당도 바뀔 수 있다. 정치인의 이름도 세월 속에 잊힐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원칙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는 더욱 넓어져야 하고,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하며, 선거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투명해야 한다. 언론은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은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애국은 상대를 침묵시키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있다.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에서는 “입을 막는 정치”라는 말 자체가 낯선 역사의 단어가 되기를 바란다. 권력은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은 서로를 존중하며, 법은 누구에게도 기울지 않는 나라.
그러한 나라가 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문화가 되고, 문화는 국민의 품격이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느 한 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자유와 책임, 신뢰와 존중이 함께 자라는 시민의식 위에서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ㅡ청람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