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1 ~ 산 10 ㅡ 청람 김왕식
산 1 ~ 산 10 2026.06.09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산
산 1
산은
땅이 오래 품은 푸른 생각의 마루다
산 2
구름 한 장 접어 넣고도
산은 주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산 3
바위는 산의 뼈가 아니다
침묵이 굳어 돌이 된 것이다
산 4
길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제 안의 낮은 곳을 내려다보러 간다
산 5
노을이 산마루에 걸릴 때
하루는 등짐을 내려놓는다
산 6
새들은 산을 넘었다고 말한다
산은 한 번도 누구를 막은 적이 없다
산 7
폭우가 지나가도 산은 물소리를 자랑하지 않는다
깊은 것은 대개 말이 적다
산 8
산그늘은 어둠이 아니다
빛이 잠시 숨을 고르는 자리다
산 9
겨울 산은 나뭇잎을 잃은 것이 아니라
하늘을 더 많이 품고 있다
산 10
산은 높아서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오래 견딘 것들이 마침내 닿는 한 점의 고요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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