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스스로에게 보내는 아침 편지 ㅡ청람 김왕식

스스로에게 보내는 아침 편지 2026.06.09
스스로에게 보내는 아침 편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물은 왜 낮은 곳을 찾는가 ― 스스로에게 보내는 아침 편지

산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이상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높은 봉우리에는 바람이 머문 듯 보이지만 실은 스쳐 지나갈 뿐이다. 골짜기에는 물이 모인다. 물이 모인 자리에는 나무가 자라고, 새가 내려앉고, 생명이 깃든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살아온 세월이 적지 않고, 글을 쓴 시간도 짧지 않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같은 물음이 남아 있다.

과연 오늘도 낮은 곳으로 흐르고 있는가. 혹여 작은 칭찬 하나에 마음이 높아지지는 않았는가. 혹여 옳다는 생각에 귀를 닫고 있지는 않았는가. 혹여 누군가를 이해하기보다 판단하려 들지는 않았는가.

사람은 산이 되기는 쉬워도 골짜기가 되기는 어렵다. 높아지고 싶은 마음은 저절로 자란다. 낮아지고 싶은 마음은 날마다 가꾸어야 한다.

하여, 아침마다 마음의 먼지를 털어낸다. 지식은 조금 쌓였을지 몰라도 지혜는 아직 멀었고, 배운 것은 있을지 몰라도 사람을 품는 일은 여전히 부족함을.

강물이 바다를 찾아가는 것은 바다가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곁에 머무는 이유는 그 사람이 높아서가 아니라 편안해서일 것이다. 그 앞에서는 실수도 말할 수 있고, 아픔도 꺼낼 수 있으며, 눈물도 숨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늘 부럽다. 누군가에게 전망 좋은 산이기보다 목마를 때 찾아가는 우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들어주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보다 함께 배우는 사람. 앞서가는 사람보다 기다려주는 사람.

그 길을 걷고 싶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사실은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인지 모른다. 아직 고개를 숙일 만큼 익었는지 자신이 없다.

하여 오늘도 다시 배운다. 높음이 존경을 받을 수는 있어도 낮음만이 생명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침 햇살이 창가에 머문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 글을 쓰며 다시 스스로를 다독인다.

높은 산을 닮기보다 깊은 우물을 닮자. 많은 것을 가지기보다 많은 것을 품자. 많은 말을 하기보다 따뜻한 침묵 하나를 남기자.

물은 오늘도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 물길을 따라 걸어가는 일이 평생의 공부일지 모른다.

아직은 멀고도 부족하다. 해서, 오늘도 눈을 뜨자마자 이 글을 쓴다.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높아지려는 마음을 붙들어 두기 위해

내가 내게 보내는 작은 아침 편지로.

―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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