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건네는 늦은 위로 ㅡ청람 김왕식
젠슨 황이 건네는 늦은 위로 2026.06.10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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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주방에서 시작된 별 하나 — 젠슨 황이 건네는 늦은 위로
세상은 늘 결과를 먼저 본다. 산 정상에 선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고, 환하게 빛나는 조명을 보며 성공이라 부른다. 정작 그 불빛이 켜지기 전, 얼마나 긴 어둠이 있었는지는 잘 보지 못한다.
오늘날 세계는 AI를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전기이며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말한다. 그 중심에 있는 기업이 엔비디아다. 수많은 사람이 젠슨 황을 세계 최고 기업가라 부른다. 그러나 그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대한 기업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한 소년의 젖은 손이다. 기름때 묻은 접시를 닦던 손. 밤늦도록 설거지를 하며 뜨거운 물에 불어 터진 손. 세상은 지금 그 손을 황금의 손이라 부른다.
삶은 참 묘하다. 가장 빛나는 사람의 시작은 대개 가장 초라한 자리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성공을 능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능력도 중요하다. 긴 세월을 살아보면 능력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버티는 힘이다. 세상은 재능 있는 사람보다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에게 길을 내어준다. 젊은 시절의 젠슨 황은 영어도 서툴렀고, 친구도 없었고,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다.
낯선 나라의 공기 속에서 소년은 매일 이방인이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불행이라 부른다. 세월은 종종 불행의 옷을 입고 찾아온다. 그 옷을 벗겨보면 그 안에 선물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어려움은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의 뿌리를 깊게 만든다. 폭풍을 겪지 않은 나무는 쉽게 쓰러진다. 바람을 견딘 나무는 숲의 중심이 된다.
오늘의 젠슨 황도 그 시절의 바람 속에서 자랐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다. 설거지 이야기가 아니다. 식당 주인의 작은 친절이다. 남은 음식을 챙겨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었던 사람. 세상은 거대한 영웅담을 좋아한다. 그러나 인간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의외로 거창한 사건이 아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등을 토닥여 주는 손길. “괜찮다”는 위로. “할 수 있다”는 믿음. 삶의 방향은 종종 그런 작은 것들에 의해 바뀐다.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은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 절망 속에 있을 때 희망을 잃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다. 누군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 앉아 주는 사람이다.
젠슨 황은 그 친절을 잊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수백 조 원의 기업을 이끌게 된 뒤에도 사람을 먼저 이야기했다. 기계를 만드는 사람이었지만 결국 사람을 믿었다. 기술을 연구했지만 끝내 인간을 놓치지 않았다. 아마 그것이 진짜 성공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현대인은 너무 빨리 결론을 원한다. 한 달 만에 성공하기를 바라고, 한 번의 도전으로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 조금만 늦어도 불안해한다. 조금만 실패해도 자신을 의심한다. 그러나 젠슨 황의 삶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꽃은 하루아침에 피지 않는다. 씨앗은 오랫동안 흙 속에 묻혀 있다. 밖에서는 아무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죽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땅속에서는 쉼 없이 뿌리가 자라고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지금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뿌리를 키우고 있다.
누군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내일의 숲을 준비하고 있다. 설거지를 하던 소년이 AI 혁명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기적이 아니다. 하루를 견딘 힘이 삼십 년 동안 쌓인 결과다.
오늘도 누군가는 자신의 삶이 초라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월급. 좁은 방.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남들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이는 현재. 그러나 별은 원래 어둠 속에서 빛난다. 한낮에는 별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캄캄한 밤이 되어야 비로소 자신의 빛을 드러낸다. 지금 어둠 속을 걷고 있다면 실패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별이 보이기 시작할 시간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젠슨 황의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단순하다. 가난을 이겼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를 성공시켰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람의 인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누군가의 작은 친절을 기억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는 사람. 성공한 뒤에도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사람.
세상은 그런 사람을 기업가라 부른다. 삶은 그런 사람을 한 그루 나무라 부른다. 그 나무 아래에서 수많은 사람이 비를 피하고, 그늘을 얻고, 다시 걸어갈 용기를 얻는다. 어쩌면 진짜 성공은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나온 어둠을 다른 이의 등불로 바꾸는 일인지도 모른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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