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아침 ㅡ청람 김왕식
노동자의 아침 2026.06.11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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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아침
새벽 네 시 반 알람 소리보다 먼저 무릎이 잠에서 깬다
어제 들어 올린 철근 몇 가닥이 아직도 어깨에 매달려 있고
허리는 밤새 통증을 베고 누웠다
창문 밖은 깜깜하다 세상은 아직 자고 있는데 밥벌이만 먼저 눈을 뜬다
찬물에 얼굴을 씻는다 거울 속 사내가 묻는다 오늘도 가느냐고 사내는 대답 대신 작업복 지퍼를 올린다
버스 정류장 입김 몇 개가 모여 서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얼굴은 비슷하다
주름 사이에 낀 피로 손등에 박힌 세월 주머니 속 동전 소리까지 닮았다
첫차는 늘 만원이다 출근길 사람들은 서서 가는 법을 먼저 배우고 살아가는 법은 그 뒤에 배운다
현장에 도착하면 해보다 먼저 기계가 깨어난다
철판이 울고 용접 불꽃이 튀고 크레인은 긴 목을 세운 채 하늘을 끌어당긴다
점심시간 도시락 뚜껑을 연다
반찬은 김치에 콩자반 그래도 젓가락은 불평 없이 움직인다
배고픔은 세상에서 가장 성실한 노동자다
뉴스에서는 경기가 살아난다 하고
신문에서는 성장률이 오른다 한다
이상한 일이다 숫자는 자꾸 올라가는데 사람들은 왜 계단처럼 닳아가는지
해 질 무렵 작업복에는 먼지가 쌓이고 얼굴에는 하루가 쌓인다
손바닥은 거칠어졌는데 월급날은 아직 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 유리창에 비친 얼굴이 낯설다
젊은 날의 이마는 사라지고 대신 가족의 생활비가 주름으로 앉아 있다
문을 열면 아이의 “다녀오셨어요” 한마디가 기다린다
세상 어떤 약보다 효험이 좋다
밥상 앞에 앉아 숟가락을 드는 순간 비로소 하루가 끝난다
먹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잠들기 전 천장을 바라본다
오늘도 몸은 천 근인데 희망은 이상하게 깃털처럼 가볍다
새벽이 다시 찾아오면 알람은 또 울릴 것이다
무릎도 허리도 어깨도 투덜거리며 일어날 것이다
세상은 그들의 이름을 자주 잊는다
그러나 아파트 창문에 불이 켜지고 지하철이 달리고 도로가 이어지고
공장이 숨 쉬는 동안 어딘가에는 새벽을 먼저 끌어다 쓰는 사람들이 있다
해는 동쪽에서 뜨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노동자의 굽은 등허리 위에서 조금씩 떠오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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