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Diderot effectㅡ명품의 로고와 마음의 상표

Diderot effectㅡ명품의 로고와 마음의 상표 2026.06.12
Diderot effectㅡ명품의 로고와 마음의 상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Diderot effect ㅡ 명품의 로고와 마음의 상표

거리에는 로고가 걷는다. 사람이 옷을 입은 것인지, 옷이 사람을 입은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대다. 가방 하나에 월급이 들어가고, 시계 하나에 자동차 한 대 값이 매달린다. 손목은 시간을 보려고 있는 것인데, 언제부턴가 가격표를 차고 다니는 곳이 되었다.

명품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정성으로 만든 물건에는 장인의 혼이 깃들고, 아름다운 디자인은 인간의 미적 감각을 풍요롭게 한다.

문제는 물건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물건이 사람을 소유하기 시작할 때다. 명품 가방을 샀더니 구두가 초라해 보인다. 구두를 바꾸니 외투가 마음에 걸린다. 외투를 바꾸니 자동차가 작아 보인다. 자동차를 바꾸니 아파트가 낡아 보인다.

바뀌지 않은 것은 하나뿐이다. 허전한 마음이다. 욕망은 배가 고픈 짐승과 닮았다. 먹이를 주면 잠시 조용해질 뿐 곧 더 큰 먹이를 찾는다.

오늘은 가방, 내일은 시계, 모레는 자동차. 욕망의 계단은 끝이 없다. 오르는 동안 숨은 차오르는데 정작 도착해야 할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백만 원짜리 가방을 든 사람보다 만 원짜리 국밥을 부모님과 웃으며 먹는 사람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십억 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보다 작은 마당에서 손주와 비눗방울을 날리는 사람이 더 부유할 수 있다. 행복은 가격표에 인쇄되지 않는다. 백화점 진열장에도 없고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도 없다.

행복은 언제나 사람 곁에 있다. 욕망은 비교를 먹고 자란다. 누군가의 손목을 보고, 누군가의 가방을 보고, 누군가의 자동차를 보며 자신의 삶을 평가한다. 그 순간부터 삶은 여행이 아니라 경주가 된다.

경주의 결승선은 없다. 앞사람만 바뀔 뿐이다. 바람직한 소비는 적게 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아는 데 있다. 필요가 욕망을 이끌어야지, 욕망이 필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물건을 사기 전에 이 질문 하나를 스스로에게 건네보면 좋겠다.

“이것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 아니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살아남는 소비는 대개 오래 곁에 남는다. 좋은 소비는 지갑을 비우는 일이 아니라 삶을 채우는 일이다. 책 한 권을 사서 생각이 깊어지고, 악기 하나를 사서 마음이 넓어지고, 여행 한 번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이웃과 차 한 잔 나누며 사람의 온기를 배우는 것.

그 또한 소비다. 어쩌면 가장 품격 있는 소비는 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사는 일이며, 경험을 넘어 사람을 얻는 일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르면 명품 가방의 가죽은 닳고, 고급 시계의 태엽은 멈춘다. 값비싼 자동차도 언젠가 폐차장으로 간다.

남는 것은 따로 있다.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가. 어떤 사람들과 웃었는가. 무엇을 사랑했는가. 인생의 마지막 장부에는 소유 목록이 아니라 삶의 향기가 기록된다.

진정한 명품은 백화점 진열장에 걸려 있지 않다. 욕망에 끌려가지 않는 마음, 비교에 흔들리지 않는 품격, 가진 것보다 살아가는 태도로 빛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상표를 달지 않고도 가장 눈부신 명품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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