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하나 남기고 ㅡ 청람 김왕식
사람 하나 남기고 2026.06.29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사람 하나 남기고
태어날 때 두 손은 비어 있었고 떠나는 날에도 주머니는 끝내 비어 있다
평생 움켜쥔 것은 손안에 남지 않았다
집도 명예도 박수도 계절처럼 지나갔다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은 한때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준 손이었다
세상은 얼마나 높이 올랐느냐를 기록하지만 시간은 얼마나 따뜻하게 살았느냐를 기억한다
한마디 말이 한 사람의 생을 살렸고 한 번의 용서가 한 가문의 겨울을 녹였으며
말없이 건넨 어깨 하나가 무너진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인생은 큰일을 이루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악을 끝내 거절한 사람의 이야기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도 양심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은 사람
억울함을 삼키면서도 미움을 키우지 않은 사람
가난 속에서도 정직을 잃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이 세상이 오래 기억하는 한 권의 책이다
꽃은 향기로 피고 강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사람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으로 완성된다
삶의 마지막 날 묘비에 화려한 업적은 없어도 좋다 단 한 줄이면 족하다
“이 사람은 누구의 눈물 위를 밟고 지나가지 않았다.”
ㅡ청람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