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죽음에 이르는 병 ㅡ 키에르케고르

죽음에 이르는 병 ㅡ 키에르케고르 2026.06.30
죽음에 이르는 병 ㅡ 키에르케고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사람들은 오래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검진을 받으며, 조금이라도 몸이 불편하면 병원을 찾는다. 의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몸을 오래 살게 하는 방법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몸은 살아 있는데, 마음은 살아 있는가.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오래전에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병은 육체의 병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병’, 곧 절망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절망은 눈물을 흘리는 슬픔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살아는 있지만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존재의 공허함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어쩌면 그 절망을 가장 화려하게 감추며 살아가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확인한다. 세상의 소식은 손 안으로 밀려들고, 다른 사람의 성공과 여행, 웃음과 행복이 쉼 없이 화면을 채운다. 사람들은 타인의 삶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음과는 점점 멀어진다.

속도는 빨라졌지만 방향은 잃어버렸다. 연결은 많아졌지만 관계는 얕아졌다. 말은 넘쳐나지만 진심은 메말라 간다.

사람들은 더 높은 자리를 향해 달리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애쓴다. 성공이라는 산을 오르느라 숨이 차오르는데, 정작 정상에 올라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 못한다.

키에르케고르는 바로 그 순간을 절망이라고 말했다. 절망은 실패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잃어버렸을 때 시작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이루고도 공허하고, 어떤 사람은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평안하다. 행복은 소유의 크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화해한 깊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숲 속의 나무는 다른 나무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소나무는 소나무로 서 있고, 참나무는 참나무로 자란다. 누구도 단풍나무처럼 물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자연은 비교하지 않기에 아름답다. 사람만이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견주며 살아간다. 비교는 감사보다 빠르게 자라고, 욕망은 만족보다 먼저 마음을 차지한다. 그렇게 사람은 세상의 기준은 채우면서도 자기 영혼은 비워 둔다. 그 빈자리를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이라 불렀다.

현대인은 몸이 피곤한 것이 아니라 영혼이 지쳐 있다. 잠은 충분히 자도 쉼을 얻지 못하고,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롭다.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울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과는 단절되어 살아간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속도가 아니다.

잠시 걸음을 늦추는 용기이다. 세상을 바라보던 눈을 거두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을 걷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절망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인생은 남보다 앞서 달리는 경주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끝내 잃지 않는 긴 순례이다. 나무는 해마다 잎을 버리면서도 뿌리는 버리지 않는다. 강물은 수없이 굽이쳐도 바다를 잊지 않는다. 철새는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도 돌아올 하늘을 기억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을 때 삶은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죽음에 이르는 병’은 결국 자신을 잃는 병이었다. 그렇다면 삶에 이르는 길은 분명하다.

자신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성공보다 사람다움을, 경쟁보다 관계를, 소유보다 존재를, 속도보다 방향을 먼저 품는 삶이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후회하는 사람은 대부분 더 많이 갖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한 것을,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한 것을, 자기 자신답게 살지 못한 시간을 돌아본다.

참으로 건강한 사람은 병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그 사람의 하루는 비록 소박할지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마음에는 세상이 빼앗아 갈 수 없는 평안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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