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들려주는 말 ㅡ 청람 김왕식
내게 들려주는 말 2026.07.12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내게 들려주는 말
ㅡ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더 깊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유창한 언변으로 사람을 설득하고, 논리로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을 재능이라 여긴다. 세상은 말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는 익숙하지만, 듣는 품격을 배우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다.
정작 사람의 마음은 말에서 열리는 것이 아니라, 경청에서 열린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는 것은 단순히 귀를 빌려주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의 삶을 존중하고, 존재를 인정하며, 마음을 품어 주는 일이다.
논쟁은 대개 진실보다 승패를 향해 달려간다.
옳음을 증명하려는 순간, 사람은 사람을 보지 못하고 주장만 바라본다. 말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관계는 조금씩 금이 간다. 이겨도 마음을 잃는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는 사람이 더 멀리 나아간다.
논쟁에서 지는 것처럼 보이는 침묵이 관계를 살리고, 양보하는 한마디가 상처 난 마음을 이어 준다. 자존심은 조금 낮아질지 몰라도, 사람은 더 가까워진다.
강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기에 수많은 물을 품는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이야기가 흘러들고, 더 깊은 신뢰가 머문다.
경청은 귀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인격이다.
상대의 말 뒤에 숨은 기쁨을 듣고, 말하지 못한 아픔까지 헤아리려는 따뜻한 시선이다. 그 한 번의 경청이 한 사람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한 관계의 끝을 새로운 시작으로 바꾸기도 한다.
말을 많이 남기는 사람보다 마음을 남기는 사람이 오래 기억된다.
세상은 화려한 언변보다 따뜻한 경청을 더 오래 그리워한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마지막까지 말하려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다.
그 경청의 힘은 사람을 이기는 힘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힘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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