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지구본에서 바다가 흘러내렸다 ㅡ청람 김왕식

지구본에서 바다가 흘러내렸다 2026.07.16
지구본에서 바다가 흘러내렸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지구본에서 바다가 흘러내렸다

청람 김왕식

교실 한쪽에 오래된 지구본이 천천히 돌고 있었다

아이 하나가 손가락 끝으로 푸른 부분을 쓰다듬자 바다가 조금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페인트가 벗겨지는 줄 알았다

며칠 뒤 태평양이 책상 아래로 떨어졌고 북극해는 의자의 다리를 적셨다

선생님은 새 지구본을 주문했다

아무도 바다를 닦으려 하지 않았다

바다는 교실 바닥을 지나 복도를 건너 도시의 하수구로 흘러갔다

그 속에는 고래 한 마리의 노래와 거북 한 마리의 저녁과 이름 없는 섬 하나가 함께 떠내려갔다

아이가 물었다

“바다는 왜 지구본 안에 있지 않으려는 거예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지도는 육지를 설명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사라지는 바다를 기록하는 법은 끝내 배우지 못했다

나는 빈 지구본을 오래 바라보았다

파란색이 사라진 행성은 행성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이었다

지구는 한 방울씩 우리의 무관심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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