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하나가 물속으로 이사 갔다 ㅡ청람 김왕식
섬 하나가 물속으로 이사 갔다 2026.07.16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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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하나가 물속으로 이사 갔다
청람 김왕식
아무도 이삿짐센터를 부르지 않았다
포장 상자도 주소 변경 신고도 환송 인사도 없었다
새벽 밀물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렸다
섬은 아무 말 없이 마당을 접었다
우물 하나를 가슴에 품고 백 년 된 등대의 불빛을 마지막으로 끄고 천천히 바다 쪽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재난이라 불렀다
학자들은 해수면 상승이라 기록했다
뉴스는 수치를 읽었고 위성은 사라진 면적을 계산했다
그러나 아무도 섬의 주소를 애도하지 않았다
마을회관 벽에는 키를 재던 아이들의 연필 자국이 남아 있었고
골목 끝 감나무는 올해도 빈집을 향해 감을 익히고 있었다
파도는 집의 기둥을 가져갔지만 할머니의 저녁연기는 오래도록 바다 위를 떠다녔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낡은 지붕을 맴돌다가 더 이상 내려앉을 곳을 찾지 못했다
그날 지도는 섬 하나를 지웠다
바다는 섬 하나를 품었다
인간만 사라졌다고 말했다
섬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돌아갈 곳 하나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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