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고래의 뱃속에서 발견된 도시 ㅡ청람 김왕식

고래의 뱃속에서 발견된 도시 2026.07.16
고래의 뱃속에서 발견된 도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고래의 뱃속에서 발견된 도시

청람 김왕식

고래가 해변으로 떠밀려 왔다

사람들은 죽음을 먼저 보았고

학자들은 몸길이를 재었으며

기자들은 속보를 보도했다

한 아이만 고래의 귀에 아직 바다가 들리는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배를 열자 거기에는 한 도시가 들어 있었다

투명한 봉지들이 골목을 이루고

페트병은 아파트처럼 겹겹이 쌓여 있었으며

빨대들은 부러진 굴뚝처럼 목을 세우고 있었다

낚싯줄은 전깃줄이 되었고

병뚜껑은 광장이 되었으며

스티로폼은 겨울 없는 지붕이 되었다

고래는 바다를 삼킨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버린 도시를 끝내 토해 내지 못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플라스틱이라고 기록했고 폐기물이라고 분류했으며 환경오염이라는 긴 이름을 붙였다

바다는 아무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

다만 고래 한 마리의 몸을 빌려 우리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조용히 되돌려 보여 주었다

불 현 듯

고래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아직도 파도 하나가 천천히 출렁이고 있었다

죽은 것은 고래가 아니었다

바다를 쓰레기통으로 번역한 우리의 상상력이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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