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물고기의 투명한 무덤 ㅡ청람 김왕식

물고기의 투명한 무덤 2026.07.18
물고기의 투명한 무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물고기의 투명한 무덤

아무도 바다에 무덤을 만들지 않는다

파도는 비석을 세우지 않고 조류는 조문弔文을 배우지 않았다

죽음은 늘 물속에서 조용히 흩어졌다

어느 날 물고기 한 마리가 배를 뒤집은 채 떠올랐다

눈은 아직도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아가미는 마지막 파도를 붙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원인을 찾았다

산소 부족 적조赤潮 오염

보고서는 죽음을 정확한 명사로 기록했다

바다는 다른 문장을 오래 읽고 있었다

물고기의 뱃속에는 플랑크톤보다 플라스틱이 많았고 해초보다 투명한 조각들이 더 오래 살아 있었다

죽은 것은 한 마리의 물고기가 아니었다

바다가 수천만 년 동안 완성해 온 먹이사슬의 문장이었다

갈매기 한 마리가 그 곁을 맴돌다가 끝내 내려앉지 못했다

죽음에도 먹을 수 없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해질 무렵 파도는 물고기를 모래 위에 가만히 눕혀 두었다

무덤은 흙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곳을 잃는 순간 이미 시작된다는 것을 바다는 우리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투명한 것은 물이었다 투명한 것은 눈물이기도 했다

끝내 가장 투명했던 것은 자신의 죽음조차 말하지 못한 물고기의 침묵이었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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