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마지막 개구리의 발음 ㅡ청람 김왕식

마지막 개구리의 발음 2026.07.18
마지막 개구리의 발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마지막 개구리의 발음

논은 저녁이 되면 개구리의 목소리로 하루를 닫았다

별은 그 울음을 따라 논두렁에 내려앉았고

달은 물결마다 은빛 모음을 심었다

아이들은 개구리 소리를 여름의 발음이라 배웠다

어느 해 논은 입을 다물었다

농부는 기계를 세웠고 농약은 침묵을 뿌렸으며 콘크리트는 물길의 혀를 잘라 버렸다

밤은 여전히 찾아왔지만 여름은 자기 이름을 끝내 발음하지 못했다

오래 뒤 개구리 한 마리가 갈라진 논바닥에서 힘겹게 목을 들어 올렸다

그 울음은 짝을 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세상에 마지막으로 증명하는 발음이었다

바람은 그 소리를 멀리 데려가려 했지만

도시는 자동차의 소음으로 그 문장을 덮어 버렸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별들은 그날 밤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하늘에 머물렀다

우주의 가장 오래된 언어가 지구에서 한 음절 사라지는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개구리가 침묵한 뒤에도 논은 한동안 그 울음을 메아리처럼 품고 있었다

사라진 것은 한 마리의 개구리가 아니었다

여름을 여름답게 읽던 지구의 발음 하나였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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