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사라진 새의 출석부 ㅡ청람 김왕식

사라진 새의 출석부 2026.07.19
사라진 새의 출석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라진 새의 출석부

봄이 되면 숲은 출석을 불렀다

종달새 딱새 꾀꼬리 후투티

이름 하나가 불릴 때마다 하늘은 깃털 한 장씩 푸르게 열렸다

나무들은 가지를 들어 대답을 기다렸고

바람은 빈칸을 남기지 않으려 숲 사이를 뛰어다녔다

어느 해부터 출석부에 공백이 생겼다

종달새. ……

꾀꼬리. ……

후투티. ……

숲은 잘못 읽은 줄 알고 몇 번이고 이름을 다시 불렀다

대답은 오지 않았다

빈 하늘만 늦은 메아리처럼 가지 끝에 걸려 있었다

사람들은 도감을 펼쳤고 학명을 확인했으며 멸종위기라는 새로운 분류를 만들었다

숲은 분류하지 않았다 다만 빈 둥지 하나를 바라보았다

알은 태어나지 못했고 새끼는 첫 하늘을 배우지 못했다

그날 출석부에서 지워진 것은 새 한 마리가 아니었다

봄의 발음 하나였다

하늘은 여전히 넓었지만 노래는 그 넓이를 끝내 채우지 못했다

해 질 녘 숲은 출석부를 덮었다

마지막 빈칸 위에 바람 한 줄이 적혀 있었다

“결석, 사유는 인간이었다.”

ㅡ청람 김왕식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

  1.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