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떠난 식탁 ㅡ청람 김왕식
꿀벌이 떠난 식탁 2026.07.19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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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떠난 식탁
식탁은 늘 꽃에서 시작되었다
사과 한 알도, 딸기 한 알도, 참깨 한 톨도,
누군가의 작은 날개를 지나온 열매였다
우리는 빵을 먹으며 밀을 기억했고
과일을 먹으며 햇살을 기억했다
그 사이를 수없이 오가던 작은 날개는 끝내 기억하지 못했다
어느 봄 꽃은 평년보다 더 많이 피었다
들판은 향기로 가득했으나
공기에는 낯익은 윙윙거림이 없었다
꽃들은 하루 종일 문을 열어 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저녁이 되도록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꽃가루는 제자리에서 늙어 갔고
꽃잎은 한 번도 미래를 만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풍년을 계산했고 기후를 분석했으며 농약의 농도를 조정하였다
꽃은 한 가지 질문만 바람에게 물었다
오늘도 꿀벌은 오지 않는가
가을, 식탁 위에는 빈 접시 하나가 말없이 놓여 있었다
사라진 것은 꿀 한 병이 아니었다
봄과 가을을 이어 주던 작은 날개 하나였다
우리는 배고픔을 먹을 것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지구의 가장 깊은 허기는 수분되지 못한 꽃 한 송이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날 식탁은 음식을 차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을 잃고 있었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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