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은 한 종씩 오지 않는다 ㅡ청람 김왕식
멸종은 한 종씩 오지 않는다 2026.07.19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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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은 한 종씩 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새 한 마리였다
숲은 잠시 조용해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해에는 벌이 늦게 왔다
꽃은 하루 종일 향기를 피워 놓고도 아무에게도 봄을 건네지 못했다
강은 물고기 한 종의 이름을 잊었고
바다는 산호 한 줄의 색을 지워 버렸다
사람들은 그것을 개별 사례라고 불렀다
우연이라고 적었고 통계 속에 한 줄을 더했다
숲은 알고 있었다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질 때 햇빛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끼의 하루가 바뀌고 버섯의 계절이 바뀌며 새의 노래가 바뀌고 흙속 미생물의 숨결까지 함께 흔들린다는 것을
생명은 줄을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있었다
한 손이 놓이면 다른 손도 힘을 잃는다
멸종은 한 종의 장례가 아니다
수천만 년 동안 서로를 기억해 온 생명의 문장이 한 줄씩 찢어지는 일이다
숲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새가 울지 않는 아침 벌이 오지 않는 꽃밭 개구리가 잠든 논 빈 하늘을 한꺼번에 보여 주었다
사라진 것은 새 한 마리가 아니었다 봄 하나였다
사라진 것은 벌 한 마리가 아니었다 열매 하나였다
사라진 것은 생명 하나가 아니었다 우리 자신이 살아갈 미래의 한 부분이었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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