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다 쓰고 가는 것들 ㅡ청람 김왕식
오늘을 다 쓰고 가는 것들 2026.07.21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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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자
매미가 울부짖듯
목청 돋아
아파트 창문을 흔든다.
언젠가 읽은
어느 시인의 시가
몇 줄 떠올라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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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다 쓰고 가는 것들
빗물이 썩은 웅덩이에서 투명한 날개 하나가 아침의 봉인을 뜯고 나왔다
태양 빛 아래에서는 사랑을 배웠고 해 질 녘에는 제 몸보다 큰 하늘과 혼인했다
밤이 내려오자 알 몇 개를 서둘러 어둠에 묻어 두고 신새벽의 첫빛 앞에서 남은 날개를 가지런히 접었다
짧았으나 미룬 적 없는 생애였다
느티나무 우듬지에서는 땅속의 긴 침묵을 견딘 매미가 이렛날의 목숨을 한 곡의 노래로 태우고 있었다
누가 들어주는지 헤아리지 않았고 누가 이름을 기억할지 묻지 않았다
잎들은 바람을 흔들어 푸른 손뼉을 쳤으며 저녁놀은 붉은 귀가 되어 그의 마지막 음을 받아 적었다
삶은 긴 시간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끝까지 내는 일이라고 매미는 빈 껍질 하나로 말하고 있었다
그 아래 땅바닥에서는 가느다란 허리를 접은 개미 떼가 하루 종일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먹이를 끌고 갔다
앞선 개미는 길을 만들고 뒤따르는 개미는 길을 믿었다
누구도 공로를 적지 않았고 누구도 제 몫을 먼저 떼지 않았다
넘어지면 함께 멈추고 길이 막히면 몸을 이어 작은 다리를 놓았다
그들이 등에 진 것은 한 조각의 먹이가 아니라 겨울을 건너야 할 식구들의 내일이었다
세상은 그들을 작다고 불렀으나 그들의 노동보다 큰 나라는 없었다
창가의 노인은 그 모든 생을 내려다보다 마른 손을 무릎 위에 포개었다
나는 평생 하루살이보다 오래 살았으나 사랑은 늘 다음 날로 넘겼고
매미보다 많은 말을 가졌으나 정작 불러야 할 노래는 가슴속에 묻어 두었으며
개미보다 큰 몸으로 살면서도 가족의 무게를 때로는 남의 어깨에 얹어 놓았다
좋은 날이 오면 웃겠다 했고 한가해지면 손을 잡겠다 했으며 성공한 뒤에 고맙다고 말하겠다 했다
좋은 날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지 않고 오늘을 살아 내는 사람의 발밑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숨이 짧아진 뒤에야 알았다
하루살이는 짧은 생을 남김없이 춤추었고
매미는 한철의 목숨을 노래로 바쳤으며
개미는 제 몫의 무게를 묵묵히 끌고 갔다
오직 인간만이 영원을 가진 듯 오늘을 미루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쓰지 못한 하루들을 세고 있었다
삶이여, 내일은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다
사랑할 사람이 있다면 오늘의 체온으로 안아 주고
부를 노래가 있다면 목이 쉬도록 지금 부르며
져야 할 짐이 있다면 가느다란 허리라도 기꺼이 낮추어라
잘 산다는 것은 오래 머무는 일이 아니라
주어진 하루를 한 점도 남김없이 다 쓰고 가는 일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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