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그리움이 슬픔에게

그리움이 슬픔에게 2026.09.05
그리움이 슬픔에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그리움이 슬픔에게

청람 김왕식

빈 의자 하나 저녁보다 먼저 어두워진다 창문은 닫혀 있는데 바깥이 자꾸 들어온다 식은 찻잔 가장자리 한때의 입술이 희미하다

벽시계는 없는 사람 쪽으로만 간다 그리움은 이름을 부르지 않고 슬픔은 현관에 벗어둔 젖은 신발처럼 아직 집을 나가지 못한다

베개 한쪽 사람의 무게만큼 꺼져 있고 옷걸이 하나 빈 몸을 매달고 있다 서랍 속 손수건에는 지난 계절의 체온이 남아 있다

새벽이 와도 방 하나는 끝내 밤이고 그리움이 슬픔 곁에 앉으면 멀리 별 하나 지워지지 못한 이름으로 떨고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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