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9월이 8월에게 ㅡ청람 김왕식

9월이 8월에게 2026.08.31
9월이 8월에게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9월이 8월에게

김왕식

네가 너무 뜨거웠다며 고개를 숙이지는 말아라

포도는 네 불을 먹고 검어졌고

벼는 네 땀을 오래 품은 뒤에야 자기 무게를 배웠다

매미가 목청을 다 써버린 자리에도 가을은 벌써 작은 귀 하나를 세우고 있었다

8 월아

사람들은 네가 떠난 뒤에야 그늘의 값을 말하지만

그늘도 빛이 없이는 태어나지 못한다

네가 오래 달군 돌 하나를 새벽에 손으로 만져보니

그 안에도 식지 못한 울음이 남아 있었다

뜨거웠던 것은 죄가 아니다

무언가를 끝까지 품다가 제 몸보다 큰 열매 하나 남겼다면

그 불은 벌이 아니라 수확이다

네가 남긴 땀은 내 바람 속에서 소금이 되고

네가 다 삼키지 못한 울음은 아침마다 풀잎 끝에 앉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슬이라 부를 것이다

그렇게 불려도 좋다

세상에는 이름을 바꾸어야 끝내 견딜 수 있는 슬픔도 있으니

8 월아

나는 네 뜨거움을 서늘함으로 벌하지 않겠다

천천히 익히고 천천히 낮추고 천천히 사람에게 돌려보내겠다

계절은 서로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다 써버린 체온을 다음 생의 어깨에 걸쳐주는 일

네가 너무 뜨거웠기에

나는 더 깊은 그늘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니 떠나는 뒷모습까지 태우지는 말아라

남은 불 한 점

내가 받아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품고 가겠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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