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언어의 집 ㅡ청람 김왕식

언어의 집 2026.07.23
언어의 집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언어의 집

사람은 벽돌보다 먼저 말로 집을 짓는다

한마디의 다정함으로 창문을 내고

오래 들어주는 침묵으로 처마를 얹는다

“괜찮습니다”라는 말은 비 새는 마음 위에 놓이는 따뜻한 기와 한 장

“미안합니다”라는 말은 닫힌 방문 안쪽에서 늦게 돌아가는 작은 열쇠

말이 아름다운 집에는 향기가 산다

상처 입은 사람이 들어와 갑옷을 벗고

울던 사람이 자기 눈물 곁에 잠시 누울 수 있다

혀는 뼈가 없으나 사람의 뼈를 꺾고

칼보다 가벼운 말 한마디가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 평생의 흉터를 새긴다

거친 말로 지은 집에는 창문이 없다

비난이 벽이 되고 조롱이 자물쇠가 되며

의심은 문밖의 햇빛마저 죄인처럼 세워 둔다

사람은 때로 남의 말에 갇히고

더 오래는 자기 혀가 지은 감옥에서 산다

“나는 안 된다.”

“너는 원래 그렇다.”

그 말들이 밤마다 마음속 철문을 잠근다

언어는 사람을 부르는 이름이면서 사람을 가두는 판결문이다

한 사람을 실패자라 부르면 그의 내일은 문을 잃고

상처 입은 사람이라 부르면 비로소 돌봄의 의자가 놓인다

말하기 전 잠시 그 말의 집에 먼저 들어가 보라

숨을 쉴 창문이 있는지

돌아올 문이 있는지

실수한 사람이 끝내 쫓겨나지 않을 방이 있는지

우리의 혀가 감옥의 열쇠를 만들지 말고

상처 입은 이가 들어와 자기 이름을 다시 찾는 따뜻한 집 한 채를 지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언어의 집에서 평생 산다

그 집이 사랑이면 삶은 향기가 되고

그 집이 증오이면 영혼은 출구를 잃는다

시방도 나는 한마디의 말로 누군가의 집 한 채를 짓는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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