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보다 무거운 수레 ㅡ청람 김왕식
태양보다 무거운 수레 2026.08.11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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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보다 무거운 수레
청람 김왕식
정오가 아스팔트를 끓인다
매미는 불붙은 허공에 매달려 제 몸보다 큰 울음을 쏟는다
그 아래 허리 굽은 노인 하나 수레를 끈다
폐지 몇 장 찌그러진 깡통 몇 개 빈 병 몇 개
세상이 버린 것들은 가난한 사람의 수레에 오르면 갑자기 무거워진다
노인의 등은 오래 접어 둔 편지 같다
자식을 업었던 자리 쌀자루를 졌던 자리 생활이 오래 눌러쓴 한 생의 문장
초록불은 짧고 수레는 느리다
자동차들은 저마다 내일을 싣고 그 곁을 스쳐 간다
노인은 이마의 땀 한 줄을 훔치고 다시 손잡이를 잡는다
그가 줍는 것은 종이가 아니다
저녁 한 끼 약봉지 하나 전기료 며칠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으려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검게 탄 두 손에는 한 시대가 박혀 있다
손금보다 깊은 가난의 골짜기
수레바퀴가 맨홀에 걸려 짧게 운다
노인의 몸이 잠시 앞으로 기운다
그때 긴 그림자 하나 먼저 길을 건넌다
평생 늦게 살아온 사람에게 오늘만큼은 제가 먼저 가겠다는 듯
노인이 지나간 뒤 거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다만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식지 않는 문장 하나
사람은 얼마나 더 가난해져야
비로소 사람에게 보이는가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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