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불이 不二 ㅡ청람 김왕식

불이 不二 2026.08.18
불이 不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불이 不二

둘이 아니다

산과 물이 둘이 아니고

바람과 나무가 둘이 아니다

꽃과 향기가 둘이 아니듯

나와 세상도 둘이 아니다

손을 펴면 하늘이 있고

눈을 감으면 어둠이 있다

하늘과 어둠을 누가 갈라놓았는가

밝음이 오면 어둠이 물러나고

어둠이 오면 밝음이 숨는다

서로 밀어내는 듯 보이나 한자리에서 번갈아 얼굴을 바꿀 뿐이다

좋고 나쁨도 그렇다

기쁨이 오면 기쁨이라 붙잡고

슬픔이 오면 슬픔이라 밀어낸다

붙잡는 손과 밀어내는 손이 같은 손이다

불이 둘이 아니라는 말은 하나가 되자는 말도 아니다

둘을 없애 하나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산이 물을 삼키지 않고 물이 산을 지우지 않는다

다만 산을 보는 마음과 물을 보는 마음이 따로 일어나지 않는다

너와 내가 마주 앉는다

네가 웃으면 내 얼굴에도 빛이 번지고

네가 울면 내 가슴 한쪽도 젖는다

어디까지가 너이고 어디부터가 나인가

숨을 들이마시면 세상이 내 안으로 들어오고

숨을 내쉬면 내가 세상으로 나간다

한 번의 호흡 속에서 안과 밖이 서로 자리를 바꾼다

경계는 생각이 그어놓은 선이다

바다는 파도를 밀어내지 않고

파도는 바다를 떠난 적이 없다

사람도 그러하다

살아 있는 동안 수없이 나뉘고

옳고 그름을 세우고 높고 낮음을 만들고 내 편과 네 편을 가른다

그 모든 선을 한 겹씩 거두고 나면

남는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닌 한 숨이다 한 빛이다 한 생명이다

불이

나를 버리는 일이 아니다 너를 삼키는 일도 아니다

너는 너대로 있고 나는 나대로 있으면서

서로의 안에 이미 들어 있는 일이다

꽃이 피면 봄이 피고

새가 울면 산이 운다

한 아이가 웃으면 집 전체가 밝아진다

한 사람이 아프면 세상 어딘가도 함께 아프다

둘이 아니다

원래 둘이었던 적이 없다

다만 우리가 오래 둘이라 불렀을 뿐이다

오늘도 바람이 분다 나뭇잎이 흔들린다

바람이 흔드는지 나뭇잎이 흔들리는지 그 물음마저 사라진 자리 흔들림만 있다

그곳이 불이 不二 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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