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마음을 닦는 일 ㅡ청람 김왕식

마음을 닦는 일 2026.09.06
마음을 닦는 일

마음을 닦는 일

청람 김왕식

사람들은 마음을 닦는다고 말한다.

먼지가 낀 거울을 닦듯

화를 닦고

욕심을 닦고

미움을 닦아내면

마침내 맑은 마음 하나가 남을 것처럼 여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은 닦는 물건이 아닌지도 모른다.

거울에 먼지가 앉았다고

거울이 더러워진 것은 아니다.

먼지가 잠시 표면을 덮고 있을 뿐이다.

사람도 비슷하다.

분노가 일어났다고

그 사람이 곧 분노인 것은 아니고

미움이 스쳤다고

그의 본래가 미움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마음공부가 어려운 까닭은

없애야 할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꾸 없애려 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를 밀어내면

화는 다른 문으로 들어오고

욕심을 억누르면

욕심은 더 그럴듯한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겸손이라는 이름의 자랑도 있고

희생이라는 이름의 집착도 있으며

정의라는 이름으로 키운 미움도 있다.

마음은 참 영리하다.

사람이 자신을 속일 때

가장 먼저 속아주는 것도 마음이다.

하여 마음을 닦는 일은

깨끗해지는 일이 아니라

숨기지 않는 일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질투가 올라오면

질투가 올라오는 자리를 보고

서운함이 차오르면

그 서운함 밑에 무엇이 웅크리고 있는지 살피는 일

대개 미움의 밑바닥에는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이 있고

분노의 안쪽에는

존중받고 싶었던 사람이 앉아 있으며

욕심 깊은 곳에는

사라질까 두려워 움켜쥔 손 하나가 있다.

겉을 닦아 반짝이게 만드는 일보다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 더 어렵다.

물은 스스로 맑아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흙탕물이 든 그릇도

휘젓지만 않으면

흙은 아래로 가라앉고

물은 제 빛을 되찾는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마음이 흐릴수록

더 많이 손대고

더 빨리 고치려 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쓴다.

그 애씀 때문에

마음의 물은 하루 종일 탁해진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깊은 닦음일 수 있다.

화를 화라고 두고

슬픔을 슬픔이라고 두고

떠나는 사람은 떠나게 두고

오지 않는 것은 오지 않게 두는 일

붙잡지 않는 손에는

이상하게도 상처가 오래 남지 않는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른 것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본래 있던 것을

덧칠하지 않는 일

하늘은 구름을 밀어내지 않고도 하늘이고

강은 낙엽 몇 장을 품고도 강이다.

사람도

조금 흐리고

조금 흔들리고

조금 아픈 채로도

이미 온전한 하루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마음을 닦다

마음까지 닳아버리는 사람이 있다.

차라리 닦는 손을 멈추고

그 마음 곁에 잠시 앉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닦아내야 할 먼지라고 여겼던 것들이

한때 아프게 살아낸

자기 생의 흔적이었다는 것

마음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덜 건드릴수록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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