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제자리 뛰기 ㅡ청람

제자리 뛰기 ㅡ청람 2026.08.18
제자리 뛰기

ㅡ청람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제자리 뛰기

발은 수없이 땅을 떠났는데 몸은 같은 자리에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헛수고라 부른다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했고 한 치 앞에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쉽게 말한다

제자리에서 뛰어본 사람은 안다

떠남 없이도 몸은 뜨거워지고

이동 없이도 심장은 더 깊이 뛰며

같은 자리에서도 사람은 어제와 다른 높이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삶에는 앞으로 가야 하는 때가 있고

한곳에서 자신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때가 있다

나아가지 못하는 날들이 모두 정지는 아니다

뿌리는 한 걸음도 옮기지 않으면서 나무를 하늘 가까이 밀어 올린다

파도도 먼 바다를 건너기 전 수없이 제 몸을 접었다 편다

제자리 뛰기는 패배의 몸짓이 아니다

떠날 수 없는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계속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한 번 뛰고 다시 내려오고

또 뛰고 다시 내려온다

삶도 그러하다

높이 오른 순간보다 다시 바닥을 딛는 순간이 더 많다

중요한 것은 바닥에 닿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다음에도 다시 몸을 들어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제자리 뛰기

멀리 가지 못한 하루에도 삶은 몸속에서 작은 고도를 만든다

어쩌면 인생은 얼마나 멀리 갔느냐보다

같은 자리에서 몇 번이나 자신을 다시 일으켰느냐로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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