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베토벤, 왜

베토벤, 왜 2026.08.18
베토벤, 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베토벤, 왜

귀가 닫히자 그는 더 깊은 곳에서 소리를 들었다

세상이 침묵을 주었을 때 베토벤은 침묵의 뼈를 두드려 음악을 만들었다

운명은 문을 두드렸으나

그는 문을 열지 않고 그 두드림을 악보에 옮겼다

고통이 컸던 것이 그를 위대하게 한 것은 아니다

고통 앞에서도 자기 생의 지휘봉을 남에게 넘기지 않았다는 것

들리지 않는 귀로 인류가 오래 들을 음악을 썼다는 것

그 역설 앞에서 한 사람의 생은 비로소 작품이 된다

베토벤의 음악에는 상처를 감추는 화장이 없다

절망도 들어 있고 분노도 들어 있고 끝내

무릎 꿇지 않은 인간의 맥박도 들어 있다

베토벤을 듣는다는 것은

음악을 듣는 일이 아니다

한 인간이 운명의 목을 잡고 끝끝내 자기 이름으로 살아낸 시간을 듣는 일이다

왜 베토벤인가

세상이 빛을 거두어도 사람에게는 아직 불을 만드는 방법이 남아 있음을

그가 침묵으로 증명했기에

―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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