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우상(偶像), 그리고 우상(牛像)

우상(偶像), 그리고 우상(牛像) 2026.08.18
우상(偶像), 그리고 우상(牛像)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우상(偶像), 그리고 우상(牛像)

우상偶像을 만들지 말라며 그가 허공에 손가락을 세운다

목소리는 높고 그림자는 길다

우상화는 촌스럽고 위험한 일이라며 마른 하늘에 훈계 몇 자를 못처럼 박는다

그 순간

말을 듣던 소 한 마리 고개를 든다

가만 보니 허공을 꾸짖던 사람이 어느새 단상 한가운데 서서

자기 이름에 금박을 입히고 있다

개가 웃는다

닭도 모이를 쪼다 말고 웃는다

전깃줄 위의 새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한꺼번에 날아간다

소는 말없이 되새김질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우상은

남이 세워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 발밑에 받침대를 놓고 올라선 우상

뿔은 없는데 고집은 황소보다 세고

꼬리는 없는데 칭찬 앞에서는 마음이 먼저 흔들린다

우상偶像을 깨자던 사람이 마침내 우상牛像이 되어 서 있다

소의 모습이 우스운 것이 아니다

사람이 자기를 너무 크게 조각하다가

제 얼굴보다 받침대가 먼저 보이는 순간

세상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개가 웃고 닭이 웃고 새가 웃는다.

소만 웃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보다 낮은 곳에서

말없이 사람을 보고 있었으므로

―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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