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보고 듣고 말하기

보고 듣고 말하기 2026.08.19
보고 듣고 말하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보고 듣고 말하기

눈은 세상을 먼저 받아들이지만 본 것 모두가 진실은 아니다.

귀는 사람의 말을 받아 적지만 들은 것 모두가 마음은 아니다.

입은 생각을 밖으로 내보내지만 말한 것 모두가 지혜는 아니다.

사람은 흔히 본 것에 확신을 얹고,

들은 것에 판단을 보태고,

말할 때에는 자기 생각을 진실의 옷처럼 입힌다.

그때부터 눈은 창이 아니라 벽이 되고, 귀는 문이 아니라 자물쇠가 되며, 입은 다리가 아니라 칼이 된다.

잘 본다는 것은 눈앞의 모양만 보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의 뒤편에 놓인 보이지 않은 사정까지 한 번 더 헤아리는 일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소리만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다.

말끝에 매달린 떨림과 차마 나오지 못한 침묵까지 함께 듣는 일이다.

잘 말한다는 것은 많이 말하는 일이 아니다.

한마디를 내놓기 전에 그 말이 누군가의 가슴에 돌이 될지 등불이 될지 잠시 손바닥에 올려보는 일이다.

눈은 둘이고 귀도 둘인데 입은 하나다.

어쩌면 사람에게 두 번 보고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라는 몸의 오래된 문법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오래 살아도 말은 쉽게 늙지 않는다.

한 번 던진 말은 주름도 없이 남의 가슴에서 오래 산다.

좋은 사람은 무엇을 많이 본 사람이 아니라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사람이고,

무엇을 많이 들은 사람이 아니라 남의 말을 자기 편의대로 꺾지 않는 사람이며,

무엇을 많이 말한 사람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될 때 입을 닫을 줄 아는 사람이다.

보고 듣고 말하는 일.

너무 익숙해서 가볍게 여기지만

한 사람의 품격은 대개 이 세 문 앞에서 드러난다.

눈에 무엇을 담았는지, 귀에 무엇을 남겼는지, 마침내 입에서 무엇을 세상으로 보냈는지.

사람의 하루는 그 세 가지로 쓰이고, 사람의 생애 또한 끝내 보고 듣고 말한 것의 긴 문장인지도 모른다.

―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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