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지렁이 그리고 매미
개미와 지렁이 그리고 매미 2026.08.21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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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지렁이 그리고 매미
개미는 땅 위에서 하루를 나른다
제 몸보다 큰 것을 물고 한 번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지렁이는 땅속에서 길을 만든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흙을 뒤집고 뿌리가 숨 쉴 자리를 내어준다
매미는 오랜 시간을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짧은 여름 한철 온몸으로 울고 간다
셋은 서로 다른 생을 산다
하나는 모으고 하나는 비우고 하나는 다 써버린다
사람은 자꾸 어느 삶이 더 값진가를 가르려 한다
많이 가진 개미를 부러워하고 드러나지 않는 지렁이를 지나치며 매미의 울음을 시끄럽다고 말한다
허나 숲은 셋 가운데 하나라도 없으면 제 모습을 잃는다
세상도 그러하다
누군가는 곡식을 창고에 들이고
누군가는 이름 없이 밑바닥을 고르며
누군가는 짧은 한때를 한 편의 노래처럼 불태운다
개미에게 매미의 날개를 요구할 수 없고
매미에게 지렁이의 침묵을 시킬 수 없으며
지렁이에게 개미의 창고를 자랑하라 할 수도 없다
자기 몫의 생을 자기 방식으로 다하는 것
그것이면 이미 한 우주의 역할은 충분하다
더 깊은 것은 위와 아래를 가르지 않는다
땅속의 지렁이가 나무를 살리고
나무의 그늘이 개미를 쉬게 하며
그 나무 끝에 앉은 매미의 울음이 한 계절의 시간을 알린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떠받치고
작은 것이 큰 것을 살리며
짧은 생이 긴 여름을 기억하게 한다
개미와 지렁이 그리고 매미
셋은 아무 말 없이 사람에게 한 가지를 보여준다
높고 낮음은 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제 몫을 다하는 깊이의 문제라는 것
한 생이 아름다운 까닭은 남보다 빛나서가 아니다
누군가의 길이 되고 누군가의 흙이 되고 누군가의 여름 한 줄이 되어
제때 왔다가 제때 사라질 줄 아는 데 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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