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았다는 생각 ㅡ청람 김왕식
놓았다는 생각 2026.08.24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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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았다는 생각
무언가를 놓고 나서 놓았다고 오래 생각하면
아직 놓지 못한 것이다
사람은 때때로 집착을 버리고도 버린 자신을 붙잡는다
미움을 내려놓았다고 말하고 욕심을 비웠다고 말하며 이제는 괜찮다고 자주 확인한다
그 확인 속에 또 하나의 매듭이 생긴다
참마음은 놓았다는 흔적까지 남기지 않는다
강물은 돌 하나를 지나온 뒤 돌을 이겼다고 기록하지 않는다
새는 허공을 건넌 뒤 날아온 길을 접어 품지 않는다
놓음은 손을 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손을 폈다는 생각마저 마음에서 사라질 때 비로소 가벼워진다
용서했다는 이름을 붙이면 용서도 자랑이 되고
비웠다는 생각을 붙들면 비움도 소유가 된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가진 것만이 아니다
버렸다는 공로 참았다는 자부심 견뎠다는 기억도 때로는 무거운 짐이 된다
참마음은 무엇을 버린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버릴 것도 가질 것도 따로 세우지 않는 자리다
놓음의 끝은 손을 비우는 데 있지 않고 비웠다는 마음까지 사라지는 데 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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