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바람의 어깨 ㅡ청람 김왕식

바람의 어깨 2026.08.25
바람의 어깨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바람의 어깨

바람에도 기댈 어깨가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오래 나무의 등을 쓸어준다

무거운 것은 돌만이 아니다

말하지 못한 하루 삼키고 남은 울음 돌아오지 않는 이름 하나가 사람의 어깨를 먼저 늙게 한다

바람은 짐을 대신 들어주지 않는다

다만 잠시 흔들어 너무 오래 굳은 마음을 풀어준다

나무는 그때 가지 하나를 내려놓고 잎 몇 장을 보내며 제 몸의 무게를 덜어낸다

견딘다는 것은 끝까지 움켜쥐는 일이 아니라

더는 품지 않아도 될 것을 제때 보내는 일

빈 어깨에는 가벼움이 앉고

가벼워진 자리에는 비로소 먼 하늘이 내려온다

바람은 오늘도 누구의 슬픔도 묻지 않은 채

세상의 굽은 어깨마다 잠깐씩 하늘을 얹어주고 간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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