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과 저승 ㅡ청람 김왕식
이승과 저승 2026.08.26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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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과 저승
이승은 손에 잡히는 것들로 하루를 증명하려 하고
저승은 손에서 놓인 것들로 한 사람을 헤아릴지 모른다
이승에서는 문 하나를 닫고 나오면 끝이라 여기지만
저승에서는 닫힌 문보다 끝내 열지 못한 마음 하나가 더 오래 남을지 모른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집을 넓히고 이름을 높이고 자리를 지키느라 분주하지만
마지막 길에서는 그 모든 것이 주머니 없는 옷처럼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
끝내 가져가는 것은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준 손길 삼키고 지나간 말 한마디 미움을 내려놓은 저녁 용서 하나 남겨둔 마음뿐이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는 큰 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 사이 숨 한 번의 여백이 놓여 있을 뿐
그 짧은 여백 앞에서 사람은 비로소 무엇을 쌓아야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잘 산다는 것은
떠나는 날 뒤에 남은 사람들이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며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일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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