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가을에는 2

가을에는 2 2026.09.01
가을에는   2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가을에는 2

가을에는 마음도 조금 늦게 익었으면 좋겠다

햇살 한 줌에도 한참을 머물 줄 알고

낙엽 하나 떠나는 일에도 한 사람의 뒷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저녁은 붉은 손수건처럼 산등성이에 걸리고

들판은 한여름의 뜨거움을 다 접어 벼 이삭 속에 넣어둔다

가을에는 그리운 이름 하나쯤 가슴 깊은 곳에서 꺼내어

잘 지내느냐고 바람에게 슬며시 물어도 좋겠다

돌아오지 않아도 좋을 사람에게 끝내 미워하지 않았다는 말을 노을 한 자락에 묻혀 보내고

나무처럼 제 몸에서 떠나는 것들을 아름답게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잎이 진 자리에 하늘이 더 많이 들어오듯

사람도 비워낸 만큼 깊어지는 계절

가을에는 사랑했던 것보다 사랑하고도 놓아준 것들이

더 오래 별처럼 남았으면 좋겠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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