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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 만하 정훈식 선생

나의 스승, 만하 정훈식 선생 2023.07.22

내게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만하’ 선생은 살짝 미소를 머금은 평온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느릿한 말투는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를 닮았다.

그는 나와 함께 근무했던 고등학교의 사회 교사였다.

그는 본명보다 필명이 더 잘 알려져 있었다.

‘만하’라는 필명은 ‘천천히 흐르는 시냇물’을 뜻한다.

그의 성품이나 가르침이 이 필명과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묻지는 않았지만 ‘만하’의 유래가 궁금하기도 했다.

마치 그는 느림 미학의 화신 같았다. 그의 말투는 어눌하면서도 공기 속을 천천히 나아가는 물방울과 같았다. 학교 복도를 걷는 모습도, 아이들에게 지식을 공유하는 모습도, 모든 것이 느릿하다.

그의 속도는 느렸지만, 학문과 가르침의 깊이는 깊었다.

‘만하’선생님은 한 번도 자신의 학력이나 지식을 내세운 적이 없다. 사실, 그는 최고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항상 작은 문제도 동료교사와 의논했다. 심지어 자신의 영역이 아닌 것은 학생들에게도 묻는다. 그야말로 ‘불치하문’ 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현명하다고 믿는 자는 어리석고, 어리석다고 느끼는 자만이 현명해질 수 있다”는 원칙으로 갖고 있었다.  ‘만하’ 선생님은 늘 겸손하게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교실에서는 ‘오만과 편견’이 존재할 수 없었다. 상식이 준수되었고,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었다.

‘만하’선생님의 세계에서, 빠르기만 한 것이 승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천천히 가되 심연의 지식을 향해 깊이 파고들며, 타인에게 배우는 능력을 계속 키워가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었다.

그의 가르침은 나에게 ‘느림의 미학’을 알려주었고, 이것이 오늘날 나의 삶과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만하’ 선생님을 기억하며, 그의 느림 미학이 내게 가르쳐준 가치들을 생각한다.

그는 나에게 현명함은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그것에서 배우는 것임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그의 가르침에 감사하며, 그의 느림 미학을 나의 일상 속에서 실천하려 한다.

얼마 전 100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내가 있는 곳까지 오셨다.

우리는 초임 교사 추억을 떠올리며

서너 시간남짓

적당히 찌그러진 빛바랜 노란 냄비에 얼큰히 끓인 김치찌개 와

탁주 한 잔 기울였다.

만하 선생이 남기고 간

넉넉한 미소가 아직도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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