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지은경 시인의 '두 도시이야기'를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지은경 시인의 '두 도시이야기'를 평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2024.05.13

두 도시 이야기

시인 지은경

한 나라에 두 도시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왼쪽은 찰나의 벚꽃잎 인연으로 오른쪽은 늙은 시간의 도박장이 야금야금 서로를 뜯어먹는다 거짓과 속임수의 포복 자세로 역사는 옐로카드로 수없이 경고하지만 평화는 레드카드를 감추었다 불의에 저항하던 눈동자 위로 하염없이 부당의 빗물은 내리고 뇌관을 터트리고 싶어 안달하는 두 도시의 눈알과 혀를 뽑아 침을 뱉어버리고 싶다 오르페우스의 노래도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얼어붙은 땅을 녹이지 못하는구나 하염없이 얼굴을 적시는 빗줄기들 영웅들이 무덤에서 나오길 기다리는

지은경 시인의 “두 도시 이야기”는 강렬하고 은유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두 도시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이 시는 상징과 은유를 통해 현대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표현하며, 문학적 이미지와 소리의 효과를 사용해 독자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첫 번째 연에서 “한 나라에 두 도시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라는 문장은 두 도시가 갖는 적대적인 관계를 드러내며, 송곳니와 으르렁거림이라는 단어 선택으로 이 갈등이 얼마나 근원적이고 본능적인지를 강조합니다. 이는 동물적인 욕망과 생존 본능을 연상시키며,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분열을 암시합니다.

“왼쪽은 찰나의 벚꽃잎 인연으로 오른쪽은 늙은 시간의 도박장이”라는 구절에서는 시간의 다른 양상을 통해 두 도시의 다른 성격을 비교합니다. 왼쪽 도시는 짧고 아름다운 순간을 상징하는 반면, 오른쪽 도시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도박과 같은 불확실성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대비는 두 도시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며, 이러한 차이가 어떻게 갈등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시인은 “거짓과 속임수의 포복 자세로 역사는 옐로카드로 수없이 경고하지만 평화는 레드카드를 감추었다”라고 서술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해결책이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비판합니다. 여기서 축구 경기의 카드를 사용하는 비유는 규칙과 질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실현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불의에 저항하는 인물의 묘사는 감정적으로 강한 영향을 주며, “불의에 저항하던 눈동자 위로 하염없이 부당의 빗물은 내리고”라는 구절은 저항하는 이들이 겪는 고통과 좌절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표현은 독자에게 감정적인 공감을 유도하며, 시대의 어려움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체감하게 합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오르페우스의 노래도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얼어붙은 땅을 녹이지 못하는구나”라며 문화와 예술이 갖는 치유와 변화의 힘이 현재의 얼어붙은 갈등 상태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절망적인 인식을 드러냅니다. 이는 독자에게 문화적 접근만으로는 사회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은 깨달음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현대 사회의 갈등 해결을 위한 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문화와 예술이 갖는 한계를 인정하게 만듭니다.

“하염없이 얼굴을 적시는 빗줄기들 영웅들이 무덤에서 나오길 기다리는” 이라는 마지막 구절은 시적 이미지를 통해 현재의 절망적 상황과 영웅을 기다리는 무력감을 표현합니다. 여기서 ‘빗줄기’는 슬픔과 절망을 상징하며, ‘영웅들이 무덤에서 나오길 기다리는’은 사회가 과거의 위대한 인물들을 그리워하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를 바라지만, 그러한 기대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시인 지은경은 이 시를 통해 사회적, 역사적 갈등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현실의 어려움에 대한 성찰을 유도합니다. 시적 언어와 상징을 통해 현실의 복잡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문학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이처럼, “두 도시 이야기”는 단순한 비유를 넘어서 깊은 사회적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으로, 현재와 과거, 실제와 이상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지은경 시인은 갈등과 대립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함께, 예술과 문화가 갖는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탐구하며, 감정적 깊이와 인문학적 성찰을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시인은 우리 모두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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