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왕식, 지하철을타다
문학평론가 김왕식, 지하철을타다 2024.07.11■
다리를 다친 지 달포가 지났다.
마음이 몸을 앞서 오른쪽 발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닥터의 말에 따르면, 다섯 달은 깁스를 해야 하고 약 일 년은 재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목발을 짚고 강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지금, 가장 힘든 일은 땀이 차서 가려울 때 그것을 참는 것이다. 깁스 위로 긁는 일은 그야말로 격화소양이었다.
경험자가 귀띔해 주었다. 나무 젓가락을 깊숙이 넣어 긁으라는 것이었다. 시도해보았다. 알다시피 나무 젓가락은 약하다.
중간쯤 넣어 긁으려다가 아뿔싸, 그만 끄트머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통깁스를 한 상태에서 나무 젓가락 조각이 중간에 끼여 박혔다. 이를 어쩌나, 뺄 방법이 없다. 병원에 가서 빼야겠다는 요량으로 채비를 했다.
늘 픽업하던 아내가 외출했다. 병원까지 목발을 짚고 가야 했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지하철에 올랐다. 만석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하여 구석진 곳에 목발에 의지해 섰다.
모두 휴대폰 공부에 열중이다.
또랑또랑 몇몇 청년 갑자기 숙면을 취했다.
창 밖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던 한 아가씨 슬며시 책을 펴 읽는 척한다.
저만치 머리 히끗한 70대 중반의 아저씨 허리 짚고 엉거주춤 일어나 “어서 와 앉으라”고 손짓한다.
그 틈새 건장한 체구 40대 아주머니의 큰 엉덩이 전광석화로 안착한다.
아저씨와 나, 서로 바라볼 뿐 말이 없었다.
아하, 아저씨와 나 둘 다 젔다.
애먼 아저씨만 자리를 잃었다.
문이 열려 서너 정류장이 남았음에도 내렸다.
다음 차를 기다린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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