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검정 고무신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검정 고무신 2024.08.30

검정 고무신

김왕식

새 신발을 손에 쥐고   발보다 큰 꿈을 꾸던 날들,

맨발로 걷다 보니   길 위에 작은 흙먼지마저   반짝이는 새벽 별이 되던 시절.

검정 고무신,   친구들 것과 헷갈려 잃어버릴까   신발 속 깊이 새긴 비밀의 표시,   그마저도 사라질까   발끝이 닳도록 걸었던 마음들.

발뒤꿈치가 까지고   손가락 하나 남는 헐렁함에도   운동화보다 편했던 까닭은   젖어도 털어내면 그만인 마음 때문일까.

물가에서 송사리를 품어   고무신 가득 찬 생명을 느끼던 손끝,   센 물살에 밀려 신발이 흘러가도   덜 아쉬웠던 건   이미 낡아 익숙한 것들과   이별의 연습을 하며 자란 탓이겠지.

엿장수 아저씨에게   신발 한 짝 바꿔 먹던 추억,   발보다 신발이 더 귀했던 날들.

모든 것이 흔해져버린   이 시대의 아이들은   결코 모를 이야기.   우리의 발끝에 새겨진   작고도 소중한 기억의 흔적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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