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은월 김혜숙 시인의 '계절은 오고 난 간다'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은월 김혜숙 시인의 '계절은 오고 난 간다'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2024.09.18

계절은 오고 난 간다

시인 은월 김혜숙

어느 사이 꽃잎이 주고 가는

설교를 반복해서 탑처럼 쌓다가

혼선이 와서 기억이 쇠했다

그들의 화려한 삶

튼실한 결실의 연막

그로 인한 목적 달성

그 속내를 끝내 알아듣지 못했다

꽃잎의 사후를 맞은

초연의 순간 연막을

짙게 피우다 가는 이유

그 현란했던 순간이

우리에게도 있었음에

열매를 거두고 목적 달성에 이룬

꽃잎이 주는 그 깊은 내력과

간절함 살아내는 동안 알아듣지 못했다

얼마간 잘 살다 가는 길이 아름답다 하리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은월 김혜숙 시인은 오랜 시간 동안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깊이 성찰해 온 시인이다. 그녀의 시에는 항상 자연을 매개로 한 생명에 대한 통찰과, 삶과 죽음에 대한 고요한 사색이 깃들어 있다. 이번 시에서도 꽃잎이 지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순환,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이 깨닫지 못한 채 지나가는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녀의 시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내재된 철학적, 감성적 울림을 통해 독자에게 생의 의미를 다시금 묻는 질문을 던진다. 이 시는 특히 계절의 흐름과 꽃잎이 지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어느 사이 꽃잎이 주고 가는 / 설교를 반복해서 탑처럼 쌓다가 / 혼선이 와서 기억이 쇠했다”

첫 번째 행에서 꽃잎은 자연의 일부이자 시인이 받아들이는 메시지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꽃잎은 짧은 순간에 피어나고 지지만,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간다. 그 설교는 인생의 교훈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은 그것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며 본질을 놓친다. 기억이 쇠해가며 점차 그 의미가 흐릿해지는 모습은,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의 화려한 삶 / 튼실한 결실의 연막 / 그로 인한 목적 달성 / 그 속내를 끝내 알아듣지 못했다”

두 번째 행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삶이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 그리고 그들이 이루는 결실은 인간의 성취와 목적을 상징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 모든 성취의 본질을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는 고백을 한다. 이는 우리 삶의 목적이 겉으로 보이는 성취나 물질적 결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더 깊은 내적 성찰과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꽃잎의 사후를 맞은 / 초연의 순간 연막을 / 짙게 피우다 가는 이유”

여기서 꽃잎이 지는 장면은 마치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처럼 그려진다. “초연의 순간”이라는 표현은, 시인이 꽃잎이 지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짙게 피어오르는 연막은 생명이 끝나는 순간에도 남는 어떤 흔적, 그리움, 혹은 미련을 상징한다. 시인은 꽃잎이 지는 이유를 궁금해하면서도 그 답을 찾아내지 못한 채 그 순간을 바라본다.

“그 현란했던 순간이 / 우리에게도 있었음에 / 열매를 거두고 목적 달성에 이룬 / 꽃잎이 주는 그 깊은 내력과 / 간절함 살아내는 동안 알아듣지 못했다”

현란했던 꽃잎의 순간은 인간의 젊은 시절이나 한창 꽃피는 인생의 절정을 의미한다. 시인은 우리 또한 그런 시절을 지나왔음을 고백하며, 그러나 그 속에 숨겨진 깊은 의미와 간절함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알아듣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인생의 한순간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그 의미를 온전히 깨닫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비로소 그 가치를 인식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표현한 부분이다.

“얼마간 잘 살다 가는 길이 아름답다 하리라”

마지막 행에서는 시인은 결국 삶과 죽음의 순환을 수용하고, 그 과정이 아름답다고 결론짓는다. 잘 살다 가는 길, 즉 자신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고 나면 그것이 아름다운 여정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이는 인간의 삶도 꽃잎처럼 언젠가는 지지만,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임을 시사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삶의 여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태도를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 시는 꽃잎의 생명 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을 동시에 응시하며, 인생의 유한함과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탐구한다. 시인은 단순한 자연의 변화에서 삶의 본질을 찾아내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비록 짧고 덧없을지라도 그 안에서 성취와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은월 김혜숙의 시적 특징은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는 데 있으며, 이 시에서도 꽃잎이 주는 이미지가 강렬하다. 짧고 화려하게 피어나지만 결국엔 지는 꽃잎은 인간의 일생을 상징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고 배우는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시에서 강조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취나 결과가 아닌, 그 과정 속에서 놓치기 쉬운 내면의 목소리와 간절함이다. 시인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결국엔 그것이 아름다운 여정이었다고 말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마무리한다. 이러한 긍정적 태도는 은월 김혜숙 시인의 철학적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다. 자연을 통해 우리 삶의 이치를 깨닫고,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진 순환의 고리를 수용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또한 시의 표현 방식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내포된 깊은 상징성을 통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꽃잎이 피고 지는 순간순간은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 속 장면들이지만, 시인은 그 속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적 섬세함은 독자에게 시의 감정적 울림을 강하게 전달하며, 각 행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시 전체의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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