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서정 ㅡ 시인 김왕식
늦가을의 서정 2024.11.07■
늦가을의 서정
김왕식
늦가을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중절모를 눌러쓴 채 기차에 올라
목적 없는 여행길에 몸을 맡긴다
산들 사이로 낙엽이 흩날리고
빗방울은 차창에 가을을 그리네
가벼워진 마음이 기차에 실려 흘러간다
기차가 멈추는 곳, 이름 모를 역에 내려
젖은 길 위를 무작정 걸어간다
나무들은 빗속에 우뚝 서서 속삭이고
골목 끝 작은 불빛 아래
선술집이 외로이 나를 반긴다
탁주 한 잔에 마음이 풀어져
지난 세월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다
창밖의 비가 그치고 가로등이 반짝일 때
남은 허전함도 이 밤과 함께 사라지리
이 순간이 중년의 소박한 로망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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