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겨울 노동자의 노래 ㅡ 문학평론가ㆍ시인 청람 김왕식

겨울 노동자의 노래 ㅡ 문학평론가 2024.12.19

겨울 노동자의 노래

새벽의 적막 속,

완행 열차는 교외를 스쳐 지나가고,

서리 낀 차창 너머로

얼어붙은 풍경이 아득히 펼쳐진다.

두꺼운 방한복에 몸을 숨긴 노동자들,

숨결 사이로 흩어지는 입김,

낮게 허리 굽혀 괭이질하던 손길이,

드럼통 난로의 타오르는 불빛에 잠시 멈춘다.

그 불길 속에서

중풍으로 쓰러진 노부모의 주름진 얼굴과

철없이 떠도는 자식의 희미한 그림자가

그들의 붉은 뺨 위로 겹쳐진다.

뿜어지는 담배 연기,

허공에 흩어지는 한숨과 뒤섞여

하늘로 흘러가고,

그들의 아침은

추위와 노동 속에 굳어가지만

그 깊은 곳엔

희망의 불씨가 끓고 있다.

새벽의 차가움 속에서조차

그들의 손끝은 삶의 온기를 잃지 않는다.

––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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