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눈길 위의 봄 ㅡ시인ㆍ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눈길 위의 봄 ㅡ시인 2025.02.10

눈길 위의 봄

시인 김왕식

밤새 쌓인 눈

세상은 하얀 숨결로 덮였다

고요한 새벽

나무들도 숨을 죽인 채

겨울 이불 속에 잠든다

바위 틈새

노란 복수초 위로

소복이 내려앉은 눈송이

작은 꽃 위에 얹힌

흰 왕관 하나

봄을 기다리는 자리.

긴 겨울을 견딘

강아지 한 마리

조심스레 찍어낸 발자국이

눈밭을 수놓으며

잠든 세상을 깨운다

발끝에 스미는

차가운 기운마저

오늘은 따뜻하다

눈부신 세상 속

뛰는 마음도 호사롭다.

눈 녹으면

왕관도 사라지겠지만

이 순간의 숨결은

봄을 품은 채

조용히 흩날린다

—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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