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빗방울은 창문 밖으로만 흐르는 게 아니다 ㅡ 문학평론가 김왕식

빗방울은 창문 밖으로만 흐르는 게 아니다 2025.04.30

빗방울은 창문 밖으로만 흐르는 게 아니다

김왕식

비 오는 날,

버스에 올라 뒷좌석에 앉았다.

창밖엔 회색 도시가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작은 빗방울들이 차창에 맺혔다.

하나, 둘… 그리고 금세

길게 흘러내렸다.

문득,

그 흐름을 따라 눈길을 움직였다.

아무도 그리로 시선을 두지 않았지만

그 작은 빗줄기는

누군가의 마음이 흘러가는 모습 같았다.

혼자만의 눈물 같기도 하고,

참았던 말 한마디가 미끄러져 떨어지는 느낌.

그 빗방울은

처음엔 가만히 있다가,

작은 바람에도,

다른 물방울의 터치에도

마침내 움직인다.

사람도 그렇다.

가만히 있는 듯 보여도

어딘가 깊은 곳에서

무언가 흐르고 있다.

그건 감정일 수도 있고,

그리움일 수도,

혹은 이룬 듯 말한 채 놓은 꿈일 수도 있다.

그날,

아무 말 없이

차창을 따라 흐르는 물길을 보며 생각했다.

삶이란 결국,

멈춰 있는 듯해도

어딘가로 흘러가는 것.

가끔은

내 안의 빗방울을

흘러가게 놔두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창밖을 따라 흐르는 빗방울처럼, 감정도 흘러야 제자리를 찾는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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