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김용보 동화작가의 '다시, 이야기문을 연다'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김용보 동화작가의 '다시, 이야기문을 연다'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2025.05.08
김용보 동화작가의 '다시, 이야기문을 연다'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김용보 작가

다시, 이야기의 문을 연다

김용보 동화작가

사람들은 말했다.

“옛이야기는 다 끝났다”고.

“흥부는 박을 타고, 심청이는 물에 뛰어들었고, 토끼는 약에 속았지.”

하지만 나는 늘 마음속에서 질문했다.

그 이야기가 정말, 거기서 끝났을까?

나는 그 끝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오래된 이야기의 뒤란을 걷다 보면,

누군가의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았고,

누군가의 진심은 끝내 말해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 틈에서 나는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사람들이 “끝”이라고 적은 곳에,

나는 “다시 시작”이라는 낱말을 붙였다.

흥부는 정말 착하기만 했을까?

놀부는 왜 그렇게 변했을까?

심청이는 다시 돌아와서 어머니를 찾지 않았을까?

그 물음은 하나의 씨앗이 되었고,

나는 그 씨앗을 조심스레 종이에 심었다.

아이들은 가만히 그 이야기를 읽는다.

그러다 조용히 묻는다.

“아저씨, 이거 진짜예요?”

나는 말한다.

“이건 진짜보다 더 진짜야.

사람 마음에서 시작된 거니까.”

나는 동화를 쓰는 사람이지만,

실은 사람을 쓰는 사람이다.

기억 속에 묻힌 마음을 꺼내고,

잊혀진 이의 눈동자를 다시 그린다.

나의 펜은 때로는 사과보다 더 단단한 진심이고,

때로는 물보다 더 깊은 용서다.

내 동화 속 인물들은 모두

살아남은 자들이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다.

그들을 위해, 나는 또 한 장을 쓴다.

사람들은 아직도 말한다.

“동화는 아이들만 보는 거 아니야?”

나는 웃으며 말한다.

“그럼요, 아이들이 먼저 보고,

어른들이 그제야 울게 되는 거죠.”

동화는 어릴 적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동화는 우리가 삶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찾아오는 길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길을 열어주는

작은 문 하나를 그려넣는다.

그 문을 여는 순간,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당신의 삶 역시, 그렇다는 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용보 작가의 문학은 끝났다고 여긴 이야기의 틈에서 새벽을 틔우는 씨앗이다.

그는 ‘완결’이라는 벽 앞에 멈추지 않고, 그 벽에 조용히 문을 하나 그려 넣는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는 잊힌 눈물과 말해지지 못한 마음, 그리고 다시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을 만난다.

김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철학은 분명하다. 과거를 경유하여 현재를 위로하고, 미래에 희망을 심는 것.

그는 ‘되면 한다’는 단순한 말 안에 모든 삶의 태도를 응축시킨다. 이 말은 게으른 확신이 아니라, 가능성을 기획하는 언어다. 초등학생 시절, 지나간 일을 쓰기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일기장에 그려 넣던 그 습관은, 곧 그의 문학이자 세계관의 출발이었다. 그는 단순히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언어로 설계하고 실천하는 작가다.

김용보 작가의 미의식은 현실에 발 딛고 서 있으면서도 상상력의 날개를 꺾지 않는 데 있다. 그는 ‘흥부와 놀부’, ‘심청전’ 같은 고전 서사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으며, 단지 옛이야기를 비튼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을 복원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 복원은 장르의 확장이 아니라, 감정의 귀환이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강한 힘은 결코 극적 반전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조용한 연민과 윤리다.

그는 한 마리 토끼의 눈빛에서 누락된 정의를 읽고, 한 장의 버려진 페이지에서 인간의 존엄을 다시 적는다. 김 작가의 동화는 아이들의 것이기 이전에, 삶의 무게를 견디며 다 자라버린 어른들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하는 회복의 이야기다. 그의 문장은 종이 위에 적힌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의 가슴에 조용히 침전되는 물결이다.

요컨대, 김용보는 ‘동화’를 단순한 장르가 아닌, 치유와 전환의 언어로 다루는 작가다. 그는 닫힌 세계에 여백을 만들고, 잊힌 서사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으며, 궁극적으로 문학이란 무엇을 회복시키는가에 대한 답을 써내려간다.

그의 문학은 말한다.

“모든 끝은 다시 시작이 될 수 있다. 상상하는 자에게는.”

그 상상을 믿고 실현해온 작가, 김용보.

그의 문학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세상에 던진 부드러운 망치다.

세상의 굳은 틀을 두드리는 동화 한 편, 그것이 그의 방식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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