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이야기의 문을 열다 ― 김용보 동화, 시대를 건너는 창의적 비상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닫힌 이야기의 문을 열다 ― 김용보 동화, 시대를 건너는 창의적 비상 2025.05.09■
닫힌 이야기의 문을 열다
― 김용보 동화, 시대를 건너는 창의적 비상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용보 작가의 동화는 100년간 굳게 닫힌 이야기의 문을 조용히 열어젖힌다.
그의 문장은 낯설도록 새롭고, 동시에 어딘가 오래된 향기를 품고 있다.
그것은 잊힌 이야기의 뒤란에서 되살아난 숨결이며,
동화라는 익숙한 형식을 빌려 완전히 새로운 서사 체계를 창조해낸
21세기의 문학적 반역이다.
김용보는 더 이상 동화를 ‘끝난 이야기’로 보지 않는다.
그는 흥부의 박을 다시 쪼개고, 심청이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토끼와 자라의 동화에서 전혀 새로운 질문을 꺼낸다.
“그 후,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상상의 연장이 아니라,
문학의 본질적인 사명,
즉 사람의 진실을 다시 묻고 다시 쓰는 일의 출발점이다.
그의 동화는 단선적인 구조를 넘어서
여러 전래동화 속 인물들을 서로 연결하고 충돌시킨다.
그 안에서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 우주’를 보게 된다.
심청이는 놀부를 만나고, 흥부는 거북이와 대화를 나눈다.
이처럼 김용보의 작품은 단일 구조의 동화를 넘어,
인물과 가치가 유기적으로 얽힌 ‘통섭의 서사 공간’을 구축한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 창의적 문학의 한 정점이다.
그의 동화가 진정 빛나는 지점은
그 구조의 기발함 너머에 있다.
그가 다루는 이야기는 어린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거기엔 삶의 고단함을 꿰뚫어본 어른의 눈물이 있으며,
굴곡진 인생의 언덕을 건너온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묵은 체념과 새로이 움트는 희망이 공존한다.
김용보의 동화는 그래서 철학서이자 인문학서이다.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재미로 읽지만,
어른들은 한 장 한 장 넘기며
자신의 과거를, 지금의 선택을,
그리고 잃어버린 순수를 천천히 되돌아보게 된다.
그의 동화는, 시간을 되감는 거울이다.
또한 그의 문장은 단순함 속에 깊이를 감춘다.
그는 결코 소란스럽지 않다.
마지막 문장을 덮는 순간,
가슴 어딘가에서 작게 울리는 여운이
오래도록 식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문장에 ‘사람의 체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식을 앞세우지 않고,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사람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조용한 기도가 그의 이야기 곳곳에 스며 있다.
오늘날 우리는 ‘빠르게 읽고, 빨리 잊혀지는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김용보의 동화는 다르다.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여러 번 곱씹으며 ‘나 자신’을 다시 읽게 만드는 책이다.
그것은 누구도 가르치지 않은 방식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다가가게 한다.
이 시대에 필요한 동화는
아이들만을 위한 유희가 아니라,
모든 세대를 감싸는 언어이어야 한다.
김용보는 그 첫 길을 연 작가다.
그의 동화는 상상력의 비행장이며,
동시에 인간 내면으로 향하는 정직한 항로다.
우리는 말할 수 있다.
김용보의 동화는 ‘읽는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문학이다.
그가 연 문 너머에는
다시,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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