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표 시인에게 바치는 시 '연단 위의 백목련' ― 시인ㆍ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홍승표 시인에게 바치는 시 '연단 위의 백목련' ― 시인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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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 위의 백목련
― 홍승표에게 바치는 시
시인 청람 김왕식
청렴은 그에게
단어가 아니었다
봄비처럼 내려
말없이 흙으로 스민 후
꽃이 되어 발밑에 피었다
그는 계단을 오르지 않았다
한 결 같은 무게로
사람의 어깨 위에 서지 않고
바람의 결을 따라
스스로 낮은 곳에서 빛났다
서명 대신
한 줄 시처럼 조용한 결정을 남기고
정책 속엔 문장의 숨결을 넣어
회람 공문지마다
사람의 체온이 찍혔다
흑자란 숫자를 말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의 마음 한 칸을 흑으로 채우고
마침내 공공이라는 언어에
사람이라는 문장을 완성했다
서랍 속에는 결재보다 많던
타인의 아픔
비서실에서 열일곱 귀의 이름을 지키며
청사의 벽 너머로도
한낮의 시 한 줄을 건넸다
홍조의 훈장은
그의 흉장에만 빛나지 않았다
퇴근길, 빈 복도에 남겨진 인사 한 마디에
세상이 그를 기억했다
글자와 숫자의 사이,
그는 항상 사람을 놓았다
문장은 시가 되었고
그 시는 삶이 되었고
그 삶은 낮은 언덕 위에 핀 백목련처럼
하얗게 오래 피었다
지금도 그는 여백 속에 앉아
다음 세대를 위해
첫 행의 공손한 말을 고르고 있다
정무는 시정으로,
시정은 시로,
시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
그 이름, 홍승표
그는 시인이 아니라
시, 그 자체이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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