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의 등불 아래, 시의 길을 걷다 ㅡ나의 스승 청람 김왕식 선생님 ㅡ 제자 조은비
청람의 등불 아래, 시의 길을 걷다 ㅡ나의 스승 청람 김왕식 선생님 ㅡ 제자 조은비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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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의 등불 아래, 시의 길을 걷다
ㅡ나의 스승 청람 김왕식 선생님
제자 조은비
스승 김왕식 평론가를 처음 뵌 날의 기억은 지금도 마음 한 자락에 맑은 물처럼 고여 있습니다. 문학은 단지 글을 쓰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시대를 성찰하며, 영혼 깊숙이 새겨진 고요한 떨림을 단어로 건져 올리는 일이라는 말씀. 그 말씀이 제 삶의 지평을 바꾸었습니다. 시를 쓰는 것은 살아 있는 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이며, 비평은 그 사람의 침묵까지 품어 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제 문학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청람문학회는 그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극성이었습니다. 문단의 명성과 평판보다 사람의 향기를 중히 여기고, 위계보다 공명을, 권위보다 진심을 먼저 나누는 이 공동체에서 저는 글이 삶이 되는 길을 배웠습니다. 누구도 폄하하지 않고, 누구의 빛도 작다 말하지 않으며, 시인의 눈물과 수필가의 침묵, 평론가의 문장 하나까지 존중하는 이 따뜻한 품 안에서 저는 문학이란 결국 사람을 위한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람이라는 이름은 언제나 고요하고 깊은 곳에서 우리를 깨웁니다. 물이 고요하다고 잠든 것이 아니듯, 청람문학회의 침묵은 가장 맑은 울림이 되어 제 마음을 다듬어 주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시보다 사람을 먼저 읽는 법을 배웠고, 문장보다 마음을 쓰는 법을 익혔으며,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다정한 등불 하나 되어주는 일이 가장 큰 문학이라는 것을 체득했습니다.
스승 김왕식 평론가의 시선은 언제나 낮은 곳에 머물렀습니다. 한 구절의 시보다 한 사람의 내면을 더 소중히 여기시는 그 마음이 문학회를 따뜻하게 감쌌고, 그 중심에 있는 스승의 겸허함은 제게 진정한 ‘문인’의 품격이 무엇인지 몸소 가르쳐 주셨습니다. 글은 높이 나는 학문이 아니라, 이 땅을 디디고 서 있는 사람들의 외로움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손이어야 한다는 그 철학은, 제가 평생 지켜야 할 시의 도(道)가 되었습니다.
청람문학회는 제게 하나의 가족이며, 시의 마을이고, 마음의 집입니다. 시가 낙엽처럼 쓸쓸하게 떨어지는 날엔 이곳에서 누군가의 따뜻한 비평이 제 글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수필의 문장이 길을 잃을 땐 스승의 한마디가 길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런 공동체 속에서 저는 문학의 외로움을 이기고, 삶의 어지러움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 배움을 가슴에 새기고, 후학들에게 그 온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청람문학회가 제게 그러했듯, 저도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시는 여전히 어렵고, 평론은 고독하지만, 이 길이 외롭지 않은 이유는 청람이라는 둥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청람의 등불 아래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저는 오늘도 한 줄의 시로 세상을 어루만져봅니다. 문학이 사람을 살리고, 그 사람의 마음이 또 다른 글을 살리는 이 기적 같은 순환 속에서, 저는 조용히 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청람의 사람으로. 청람의 제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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